저는 아이들을 체인지메이커로 바라봅니다. 교육을 통해서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게 아니라 본래 체인지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부터 성장하는 과정 모두가 체인지메이킹의 연속이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체인지메이커성을 잊거나 잃어버리며 성장하고 있진 않을까요?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을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제시합니다. 이는 체인지메이커들의 특성과도 같습니다. 저 또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체인지메이커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에 교육의 초점을 맞춥니다. 

체인지메이커 교육과 체인지메이킹 활동
저는 체인지메이커 교육과 체인지메이킹 활동을 구분합니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체인지메이커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활동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체인지메이킹 활동은 자기 주도성과 실제 행동을 더 강조합니다. 초입자에게는 체인지메이커 교육이, 경험자에게는 체인지메이킹 활동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전체 과정을 경험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체인지메이킹 활동은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두 개념 모두 학생 중심이지만,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교수 학습과 학습 환경 설계에 대한 교사의 개입이 조금 더 적극적입니다. 저의 경우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교과 학습 시간에, 체인지메이킹 활동은 자율 동아리를 구성해 진행합니다. 

교과 학습 내 체인지메이커 교육
학기 초에 학생들은 선생님과 수업 목표에 대해 논의하고 저마다 희망하는 학습활동을 제안합니다.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면 이해 활동과 적용 활동을 합니다. 학생들은 도입 단계에서 교과 학습 주제와 관련된 실제 문제 상황을 접해봅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과로 학습했던 내용을 다시 공부하고, 다음 시간에 공부할 내용을 미리 활용해 해결책 혹은 결과물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국회라는 주제를 학습할 경우, 문제 상황은 현재 우리 학교의 대의원회가 갖는 실제 문제입니다. 우선 대의원회의 바람직한 역할을 제시하기 위해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역할과 권한을 학습합니다. 주제와 관련된 준비 학습을 했다면, 약 3~4주 정도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이 준비 학습 과정에서 발견한 사회적 문제를 확인하고 협업을 통해 해결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문제를 발견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어려워 할 경우 선생님이 제안하기도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선생님은 각 단계마다 수행해야 할 활동을 안내하고 팀별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피드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들이는 부분입니다. 

학생들은 진행 과정에서 자신들이 세운 해결책을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가장 어려워하는 동시에 가장 보람 있어 하는 부분입니다. 학생들의 욕구, 목표, 수준 등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내용과 정도는 달라집니다. 적극적인 학생들은 학교 전체나 지역사회에서 실천하기도 하지만,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는 친구 몇 명 혹은 학급 수준에서 실천해보자고 조언합니다.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이 안내한 단계를 무시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가급적 수업에서 각 단계를 경험해본 후 스스로 체인지메이킹을 하게 될 때 변형하거나 응용해보라고 조언합니다. 

“평소 인종차별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만 했는데 직접 파고들어보며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딱히 바라는 것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우리나라에 말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 생각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2017년 학생 성찰일기 내용)

2017년 프로젝트 활동이 끝나고 나서 설문을 진행했는데 체인지메이킹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한 학생들은 60퍼센트가 넘었고, 체인지메이커 동아리에 가입하겠다고 한 학생들은 약 40퍼센트였습니다. 체인지메이커로서의 경험이 행동하고 싶은 열정과 용기를 갖게 했을 것입니다. 물론 힘든 과정도 있었습니다. 친구와 협업하기, 단기간에 실천하기, 창의적인 대안 도출하기 등 여러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직면할 미래를 생각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키우는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동아리 내 체인지메이킹 활동  우리 학교에서는 ‘체인지메이커’라는 동아리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매주 정해진 요일에 만나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교과 수업 시간과 달리 아이들이 프로젝트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캠프를 기획하고 월마다, 학기마다 진행 과정과 결과를 공유합니다. 급식 잔반 줄이기, 책상 속 쓰레기 줄이기, 성교육 등과 같은 학교 문제부터 학교 주변 간접흡연 예방, 철거 지역 문화 보존, 반려동물 생명권 보장 등과 같은 지역사회 문제 그리고 난민 아동, 불공정 무역 등과 같은 세계적 문제까지 다양합니다.

간접흡연 예방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구청과 관련 기업을 방문해 흡연 시설에 ‘등·하교 시간 흡연 자제’ 문구를 부착했습니다. 잔반 프로젝트에서는 일정 기간 잔반 줄이기 이벤트를 통해 잔반 감량 효과를 거뒀습니다. 또 공정무역 프로젝트에서는 학교 내에 공정무역카페를 열어 공정무역에 대해 홍보하고 관련 수익금을 국제 구호단체에 기부했습니다.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여정
인류의 역사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여정입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입시 경쟁 속에서 체인지메이커성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학생들이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진정으로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의 체인지메이킹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이은상_서울 창덕여중 교사 / 2018-05-01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