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도 달라진다. 이전 산업사회에서는 많은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정해진 매뉴얼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였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은 3R(Reading, wRiting, aRithmetic)교육을 중심으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창의융합 사회는 이전보다 더 많은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3R외에도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능숙하게 의사소통하며 협력하여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경제, 문화의 변화에 발맞추어 유네스코, P21 등 국제기관과 각국에서는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핵심역량을 규명하고 이를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6개의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각 교과별로 핵심성취기준과 함께 핵심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교수학습의 실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핵심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의문은 ‘어떻게(How)’이다. 예를 들어 학교교육에서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는 의문으로 남는다. 가르치는 학습자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존재할 수 없지만, 핵심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교수 가이드(Guide)는 제공 되어질 필요가 있다.

핵심역량을 적용한 교수학습 설계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연구로 SRI와 Microsoft의 21CLD연구가 있다. 미국 Stanford 대학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에서는 Microsoft의 Partners in Learning, Pearson 재단, 여러 국가의 후원을 받아 혁신적인 교수학습(ITL: Innovative Teaching and Learning)연구를 수행하였다.

1차 연구(2009년-2011년)에서는 여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혁신적인 교수학습 사례를 수집하고, 학생과 교사를 인터뷰한 결과, 많은 교사들이 핵심역량 증진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목표와 실천 사이에 차이(gap)이 있음을 제시하였다. 목표와 실천 사이의 차이를 줄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이 연구에서는 6개 역량에 대하여 루브릭(Rubric)을 도출하였다.

2차 연구에서는 이 루브릭을 적용하여 교수학습을 적용한 결과 학생들의 핵심역량이 함께 신장되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이동국, 김현진, 이승진, 2014). ITL 연구를 기반으로 도출된 21세기 학습 설계(21CLD: 21st Century Learning Design)는 교사의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으로, 교실 수업에 21세기 역량을 적용하는 방법과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21CLD는 협업, 지식 구성, 능숙한 커뮤니케이션, 실세계 문제해결과 혁신, 학습을 위한 ICT활용, 자기조절의 6가지 역량을 다루고 있으며, 미래핵심역량을 고려한 교수설계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실세계 문제해결과 혁신’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답과 해결책이 존재하는 비구조화된 문제를 제시해야 하며, 학생들 주변에서 발생하는 실세계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또, 학생들이 학습한 지식을 실세계에 적용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각 역량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동국 외(2014)를 참고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Doing Business in Birmingham’를 들 수 있다.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언어, 과학, 사회, 컴퓨터 수업 시간에 이루어진 프로젝트 수업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내에서 지속가능한 실천과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학습하기 위해 모둠별로 지속가능한 사업의 장점과 방안을 알아보고, 지역 커뮤니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한다. 이후 학생들은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여 지속가능한 사업에 대한 홍보물을 제작하고, 커뮤니티에 홍보물을 부착하여 지속가능한 사업의 가치를 설명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문제해결력을 신장시키고 그들이 학습한 내용을 지역사회에 적용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 활동은 미래핵심역량을 신장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례로 충북 청주에 위치한 솔밭중학교에서는 21CLD 연구를 적용한 교과 연계 프로젝트 수업을 실시하였다. 중1 학생을 대상으로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국어, 수학, 영어, 과학, 기술․가정 교과 시간에 적용되었다. 해당 교과의 9명의 교사는 21CLD의 루브릭에 따라 3주에 걸쳐 교수학습을 설계하고 10차 분량의 프로젝트 수업을 자유학기와 연계하여 적용하였다. 학생들에게 지구온난화에 대한 문제인식과 태도 개선에 대한 문제가 주어졌으며, 학생들은 각 교과 시간에 조사, 분석, 해석 등의 활동을 통해 고차원적인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었으며, 캠페인과 플래시몹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수행하였다. 21CLD의 루브릭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된 교수학습 활동은 학생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고, 학습자들의 다양한 역량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21CLD와 같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복잡한 교수학습활동을 설계하는데 명확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