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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freshlife1029/63 

 

코로나 19로 인한 개학 연기가 장기화되면서 지난주, 나와 우리 학년 선생님들은 학생, 학부모들과 통화를 하기로 했다. 각 가정에 온라인 사전 설문을 보냈고, 통화 방법(음성, 영상, 사절)과 통화시간(오후, 저녁)을 물어봤다. 학생 중 55%가 음성통화를 원했고, 45%가 영상통화를 선택했다. 다른 학급도 비슷했다. 영상통화를 유도하긴 했으나 생각보다 신청 비율이 높지는 않았다. 사실상, 담임교사도 큰 용기를 내서 영상통화를 선택지에 포함시킨 것이었다. 정상적으로 개학을 했다면 학부모 총회를 통해 한번쯤 얼굴을 봤을 사이지만, 영상통화라는 개인적 소통은 다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일부 학부모들도 큰 용기를 내서 영상통화를 신청한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 음성통화를 선택했었는데... 용기 내서 영상통화로 바꿔봅니다"

 

지금 시기, 담임교사가 통화 중 나눈 이야기는 코로나 19로 시작해서 코로나 19로 끝이 났다. 코로나 19 사이에는 담임교사의 음성과 영상을 듣고 보는 것,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담임교사가 음성과 영상으로 확인하는 것, 학부모들이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듣고 답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학생, 학부모들과 나눈 대화의 특징 몇 가지를 공유해본다.

 

 

생각보다 장시간 통화: "선생님 그런데요..."

무슨 얘기를 할까 망설였던 고민은 기우에 불과했다. 어색해하는 사람은 오히려 학생들이었고, 학부모들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아이들의 근황을 설명해주었다. 물론, 아이들의 근황 중 큰 비중은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다. 통화를 시작하기 전, 이 정도 시간이면 되겠지 하고 통화 일정을 학부모들에게 사전 공지했는데, 대부분 일정보다 늦춰졌다. 학부모들은 생각보다 질문이 많았다. 주로 개학을 한 이후의 활동에 대한 질문이었다. 중학교 1학년 신입생들이었기 때문에 아이가 잘 적응할지, 학교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특히, 원격수업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제공되면서 학교에서 안내하는 것들을 반드시 봐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들도 있었다. 일단, 학교에서 안내히는 학습활동에 대해서 가정은 주의를 기울였다. 학년과 학교급에 따라, 학생들의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의 교육 상황을 가정도 이해하고 있었고, 학교의 안내를 대체로 잘 따르고 있었다. 

 

 

온라인에서의 라포(rapport) 형성 : "선생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라포 형성이 잘 되었다는 느낌은 영상통화를 했던 학생, 학부모님에게 더 잘 나타났다. 신입생을 맡게 된 담임교사는 아이들과도 라포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영상통화는 일종의 온라인 가정방문의 효과가 있었다. 주로 학생의 방에서 통화가 이뤄진 듯한데, 학생에게 가장 편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담임교사 역시 교복을 입은 학생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가정의 딸이자 인간으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학부모 역시, 학교에 찾아올 때 특별한 준비를 한 모습이 아니라 있는 편안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공유해주었다. 온라인 가정방문은 오프라인의 심리적 장벽을 쉽게 허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학부모가 원하는 시간에 온라인 가정방문이 이루어진 것도 편안함을 제공하는데 한몫했다. 학부모 중 50% 정도는 저녁시간을 선택했다. 늦을 수록 좋다고 답한 학부모들도 있었다. 이들 중 다수는 퇴근 후 서둘러 저녁식사 했거나 혹은 미뤘거나일테지만 이렇게나마 소통할 수 있는 것에 서로가 만족한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의 학원 수강: "아이가 원해서요..."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망설임 없이 "오후에는 학원에 가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림잡아 50% 이상이 학원에 간다고 답했다. 첫 통화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담임교사는 잠시 머뭇거렸다. 국가적으로 학원도 휴강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인데, 학원에 가고 있다는 아이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학부모는 담임교사의 머뭇거림을 눈치채서 인지 "학원에서 방역을 잘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도 보내기 싫은데, 아이가 가고 싶어 해서요."라고 답한다. "그래도 지금은 조심해야 할 시기니까 마스크, 손 소독 꼭 하고 다니기"를 조언했다. 첫 통화 이후에는 담임교사의 머뭇거림도 점점 줄어들었다. 학교의 휴업은 일종의 교육 공권력의 행사이기에 그 책임이 권력을 행사한 공적기관에게 있지만, 학원의 수강 여부는 그 책임이 행위를 선택한 자에게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그 책임을 감수하고서라도 학원을 선택하고 있다.

 

 

가장 힘든 것은 삼시세끼를 챙기는 것?: "급식이 그리워요"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에게나 가정에서 보육을 전담하고 있는 부모들에게나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는 것이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물론, 농담 섞인 고민인 줄을 알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학습공백을 고민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와 매일 만나고 있었다. 아이의 식사를 챙기는 것이 가정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지금 쯤이면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먹어야 할 아이들이지만 가정에서 홀로 먹어야 할 아이들도 있다. 이는 저소득 가정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어쩌면 원격수업을 위해 디바이스를 지급해서 학습환경을 마련해주는 것만큼, 아니 더욱 기본적인 문제일 수 있겠다. 학부모들은 개학을 섣불리 하는 것에는 유보적인 입장이었지만 하루빨리 급식을 먹이고 싶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원격수업의 사전 준비 효과: "생소하긴 한데, 해볼께요"

원격수업을 처음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미 사교육 영역에서 경험한 학생들도 있었다. O선생, O런, EBS 등으로 공부해온 학생들도 있었다. 물론, 처음 경험한 학생들도 다수 있었다. 담임교사는 원격수업의 취지와 내용, 방법 등을 안내하고, 참여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학습이 가능한지,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확보되어 있는지 등을 파악했다.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도 파악이 되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일단,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고, 원격수업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학교에서 대안을 찾아서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그래서일까? 지난주 원격수업을 위한 사전 테스트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학부모들은 담임교사가 안내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했고, 그들을 지원했다. 그리고 아쉬운 부분, 부족했던 부분들도 잘 이해해주었다.

 

 

학교가 할 수 있는 것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학생, 학부모의 현재와 바람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지금 우리의 학교는 학업성취를 걱정하기에 앞서 가정과 신뢰관계 형성을 먼저 챙겨봐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와 가정도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연결이 끊어진 상태는 아니다.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여러 온라인 도구를 통해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의 거리두기는 하고 있지만 사회적 연결은 오히려 강화되었는지 모른다.

 

학교는 어느 때보다 학부모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학부모를 신뢰하고, 학부모는 학교를 신뢰해야 한다. 그러한 신뢰관계없이는  어떠한 교육적 조치들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렇다. 어느 때보다 학생, 학부모, 교사 간의 믿음과 협력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대안이다. 냉정한 대안을 찾는 과정에 앞서 훈훈한 만남을 먼저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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